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행복한시창작반 ▶2025 전라매일 신춘문예 시 당선◀ 배은율의 <흙의 상소문>

등록일 2025-01-09 작성자 학과 관리자 조회 1895

 

경축 동국대학교 고양미래융합교육원 행복한 시창작 반

▶ 2025 전라매일 신춘문예 시 당선 ◀ ​

 

2025 전라매일 신춘문예 시 당선작

- 배은율의 <흙의 상소문>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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흙의 상소문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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배은율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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말 할 수 없는 것들을 말하고 싶을 때 흙은 붓을 들어 상소문을 올린다

얼마 전 흙속에 이름 모를 시체가 암매장 당한 적이 있다

이럴 때 흙은 운다, 울음이 붓을 키운다

 

흙이 밀어올린 나무나 풀들은 보이는 붓이지만 아지랑이처럼 보일 듯 보이지 않는 붓도 있다

그러나 보이는 붓보다 보이지 않는 붓의 힘이 더 세다

 

오래 전에 흙은 붓을 들어 낯빛이 다른 계절들이 서로의 낯빛을 훔쳐 달아난다고 쓴 적이 있다

이런 글은 기상이변이나 전쟁이 났을 때 쓰는 글이다 이럴 때 붓은 투박한 땅의 문체로 겁 없이 흙의 상소문을 쓴다

 

이따금 꽃가지들마다 이슬이 옮겨 앉는 일, 톡톡 터지는 이슬방울에 볼과 볼을 서로 맞대느라 바람이 물빛 아침을 잊곤 하던 일을 기억하기 위해 땅은 붓을 들기도 한다

이럴 때 붓은 새의 귀에도 들릴 듯 말 듯 바위 틈 살꽃들의 신음소리처럼 섬세하게 글을 쓴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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하루를 건너온 빛바랜 기억들이 제 생각의 부피를 키우는 동안, 땅은 붓을 들어 날마다 흙의 상소문을 올린다

 

흙이 상소문을 올리는 곳은 바람이 오가는 허공이다

허공에는 수많은 소문이 살고 있다

그래서 붓은 늘 분주하다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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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시 부문 당선소감-배은율>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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시를 쓰는 지인으로부터 걸려온 위로 전화를 받고 마음을 추스르다가 낯선 전화 한통을 받았다, 당선이란다. 연락이 더 늦었더라면 울렁증으로 목이 빠졌을지도 모를 일이다. 아무튼 무척 기뻤다.

 

내 삶의 모든 것인 내 시의 현주소, 그 언저리에는 늘 의문부호가 따라다녔다. 수많은 물음표들이 나를 이곳에 데려다 놓았다. 이제 시작이다. 그럼에도 나를 증명해 보일 시들은 아직 발아하기 직전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. 시를 쓰면서 나 자신을 사랑하는 새로운 길을 알게 되었고, 사물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눈을 갖게 되었다.

 

힘겨운 내 삶이 안착하는 곳마다, 잃어버려야 하는 것들이 하나 둘씩 생겨나면서 마음 한구석에 커다란 구멍이 자리 잡고 있었다. 이제는 그곳에 기거하던 검은 파도를 말끔히 걷어내고 저 멀리 수평선을 불러들여도 될 것 같다. 만약 잃어버린 그것들이 천개의 말이 되어 내게 안긴다면? 이니 그것들이 아름다운 시가 된다면 그곳엔 사계절도 없을 것이다.

 

시린 발을 갖고 있던 제 시를 따뜻하게 보듬어주신 김동수 선생님과 전라매일 신문사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. 오래도록 애정으로 지도해주신 박남희 교수님 고맙습니다. 끝으로 입버릇처럼 힘들다 말했을 때 말없이 따뜻한 미소로 다가와 톡탁여주었던 나의 문우들, 동국대 시창작반 문우들(성은.은미.정희.현정.남희,주안)과 3년 동안 함께 해온 시전문지 <아토포스> 가족들과 함께 오늘의 이 기쁨을 나누고 싶습니다. 그동안 외로웠을 나의 흙과 허공에게, 그리고 제시를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무한한 사랑을 보냅니다.

 

배은율: 부산 영도 출생. 동국대 행복한 시창작과정 재학. 시전문지 <아토포스> 편집 동인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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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시 심사평-김동수>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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신춘문예 시는 세상을 새롭게 보는 안목의 깊이와 독창적인 문체 그리고 역경 속에서도 그것을 창조적 사유의 세계로 견인해 가려는 치열성이 아름답게엮어져 있어야 된다고 본다. 이러한 관점에서 네 분의 시를 최종심에 올렸다.

 

문현순의 「이생규장전」은 죽음을 초월한 남녀 간의 애절한 사랑을 다룬 김시습의 한문소설을 소재로 ‘잡힐 듯 잡히지 않고 모래알처럼 빠져 나가는’ 환상의 경계에서 ‘너를 기다리는’는 화자의 절절한 심정에 공감된 바 있으나 전반적으로 평이한 점이 아쉬웠다.

 

우병기는 「조약돌3」에서 ‘너를 ~ 이렇게 가꾸어 준 것은/ 햇빛과 달빛, 비바람과 물결’이라며 존재의 본질을 향한 인식의 깊이가 남달랐으나 새로운 세계에 대한 도전의식이 좀더 요구되었다.

 

끝까지 조온현과 배은율의 시를 놓고 고민하였다. 조온현의 「신계(神界)로 가는 길」은 죽음에 대한 새로운 사유, 곧 ‘신계로 가는 길은 걸어 갈 수 없어 육신을 태워 하늘로 보낸다’는 아포리즘과 화장(火葬)을 또 다른 윤회의 성소로 표현한 대목이 인상적이었으나 몇 군데 산문적 서술이 끝내 마음에 걸렸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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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에 비해 배은율의 「흙의 상소문」은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미시의 세계, 이는 불교의 공즉색의 세계와 양자역학의 입자와 파동 그리고 질량·에네지 등가법칙과도 동맥을 이루면서 우주적 비의를 새롭게 읽어내고 있었다. ‘흙이 상소문을 올리는 ~허공에는 수많은 소문이 살고 있다’는 경이로운 표현이 그것으로 우리들의 정신세계를 한층 드높여 주고 있어 당선작으로 뽑았다. (이언 김동수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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출처: 행복한 시창작 박남희 교수 블로그

https://m.blog.naver.com/poemis77/223712356474

 

 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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